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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11231

by 사회학휴강 202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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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31일은 마지막 출근날이었다.

휴가를 썼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역시나 저녁 6시 넘어서까지 부서져라 일을 하고

책상 정리도 마치지 못하고 이사 때문에 집으로 부랴부랴 달려왔던 눈 내리던 겨울날이다.

후련한 마음과 함께 너무 지쳐서 어서 포근한 이불 위에 드러눕고 싶었지만

날 반기는 건 짐을 뺀 오피스텔의 황량함과 어서 짐을 싣고 집으로 떠나야한다는 엄마의 부름이었다.

하필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

위험하니 짐을 조금씩 실어서 왕복 두 번 왔다갔다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에 알겠다 했지만

면허가 없는 나 대신 엄마는 그 날 거의 10시간 동안 눈길을 운전했다.

안 피곤하냐고 거듭 묻는 나에게

이게 행복이라고 말하는 엄마를

나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냥 이게 사랑인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1년이 지났다.

매 계절이 지날 때마다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엄마는 그 동안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늘어져 있는 내가

조금은 아쉽고 약간은 서운하고 가끔은 혼자 출근하는 자신에 억울해하기도 했지만

내가 노력하고 달리고 때론 넘어지는 모습도 보며

아무 말도 없이 방문을 닫곤 했다.

 

1년을 되돌아 보면 혼자 싸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 고군분투하고 있고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부끄럽고 많이 배우게 된다.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새해를 알차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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